이재명, 김문수 : 빚내서 표 사는 정치, 국가재정은 누가 책임지나?
요즘 TV를 켜거나 신문을 펼치면 대선 후보들의 화려한 공약이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더 많이 주겠다', '더 많이 깎아주겠다'는 약속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작 그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선거철만 되면 반복되는 이 현상은 이번 대선에서 더욱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최근 정치권과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모두 실현하려면 천문학적인 재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두 거대 정당의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은 국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공약들이 실현 가능성이나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발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23~2024년 2년간 87조원의 세수 공백이 발생했습니다. 올해도 1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이어 연간 0%대 성장이 예상되어 3년 연속 세수 결손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재정건전성은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는데, 대선 후보들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더 많은 지출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100조원 공약, 재원은 어디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약을 모두 이행하려면 임기 중 최소 100조원 이상의 재정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는 우리나라 연간 예산의 약 1/5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이 후보의 대표적인 고비용 공약을 살펴보면:
1. 아동수당 확대: 5년간 41.5조원
현재 0~7세 아동 1명당 월 10만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을 18세 미만까지 확대하겠다는 공약입니다. 윤호중 민주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 정책을 시행할 경우 연간 8조 3000억원, 5년간 총 41조 5000억원이 소요됩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추산한 2025~2029년 현 제도 유지 시 필요한 예산이 11조 6000억원임을 감안하면, 추가 재정 소요는 29조 9000억원에 달합니다.
2. 농촌기본소득 도입: 최대 31.2조원
이 후보는 월 15만~20만원의 농촌기본소득을 공약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추산에 따르면, 2026년 18세 이상 농어업인은 약 260만명으로, 1인당 연 180만원씩 지급할 경우 5년간 23조 4000억원, 연 240만원으로 늘리면 31조 2000억원의 국비와 지방비가 필요합니다.
3. 부부 기초연금 감액 폐지: 15.2조원
현재 부부가 모두 기초연금을 받을 경우 20% 감액하는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입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이 추진한 기초연금법 개정안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이 정책에는 5년간 15조 2000억원의 추가 재정이 소요됩니다.
4.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최대 20조원
호남의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사업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36년까지 총 7조 9000억원을 투입해 초고압직류송전선로를 구축할 계획이지만, 이 후보는 이 사업을 6년 앞당기고 수송 능력도 20GW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경우 필요한 예산은 2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5. 기타 공약
이 외에도 주4.5일제 도입에 따른 재정 지원과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13조원) 등을 고려하면, 총 재정 소요는 100조원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문수 후보의 70조원 감세 공약, 세수 확보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경제 공약은 대부분 감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세금을 줄이는 정책은 국민들에게 인기를 얻기 쉽지만, 그만큼 국가 세수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임기 5년간 약 70조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됩니다.
1. 종합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 31.7조원 세수 감소
국회예산정책처는 종합소득세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할 경우 5년간 31조 7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2. 근로소득세 물가연동제 적용: 30.3조원 세수 감소
물가연동제를 근로소득세에도 적용하면 추가로 30조 3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합니다.
3. 부양가족 소득세 기본공제 확대: 20조원 이상 세수 감소
김 후보는 부양가족에 대한 소득세 기본공제를 현재 1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2배 확대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이는 민주당이 제안한 180만원보다 더 급진적인 방안입니다. 기본공제를 200만원으로 확대하고, 대상 연령을 20세에서 24세로 올릴 경우 5년간 26조 4657억원의 세수가 감소합니다. 김 후보의 공약대로라면 최소 20조원 이상의 세수 감소가 불가피합니다.
4.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21조원 이상 세수 감소
현재 24%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1%로 낮추겠다는 공약도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고세율을 22%로 낮출 경우 5년간 21조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김 후보의 공약은 이보다 더 큰 세수 감소를 초래할 것입니다.
5. GTX-D·E·F 노선 착공: 30조원 추가 국비
김 후보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E·F 노선을 임기 내 착공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사업에는 민간투자 외에도 30조원의 국비가 추가로 필요합니다.
재정 건전성의 위기, 미래세대의 부담
두 후보 모두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국가 빚을 늘리는 방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이미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7년 GDP 대비 36%였던 국가채무비율은 2023년 50%를 넘어섰습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재정을 확대했다고는 하지만, 그 증가 속도는 우려할 만한 수준입니다.
문제는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해 미래 세대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8%를 넘었고, 2030년에는 2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생산가능인구는 계속 감소하는 반면, 복지 수요는 증가하고 있어 재정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책임한 선심성 공약은 미래 세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지우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현재의 유권자들에게 인기를 얻는 정책을 남발하고, 그 비용은 미래의 납세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입니다.
유권자의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때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자, 국민이 정치인들에게 국가 운영을 위임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그 선택이 감정이나 일시적인 이익에 기반한다면, 장기적으로는 국가 전체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이 제시하는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재원 마련 방안을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무엇을 해 주겠다'는 약속만큼이나 '어떻게 그것을 가능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중요합니다.
특히 재정 건전성은 국가 경제의 근간입니다. 과도한 국가부채는 국가 신용등급 하락, 이자 부담 증가, 경제 위기 가능성 증대 등 다양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우리는 이미 재정 건전성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습니다.
더구나 최근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와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무리한 재정 확대는 더욱 위험할 수 있습니다. 높은 금리 환경에서 국가부채가 증가하면 이자 부담도 함께 늘어나, 결국 필수적인 정부 서비스에 쓰일 재원마저 줄어들게 됩니다.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을 위한 제언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의 인기를 위한 선심성 공약이 아니라,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비전과 계획입니다.
첫째, 대선 후보들은 공약의 재원 마련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증세 없는 복지'나 '세금 깎고 더 잘살게 해주겠다'는 모순된 약속이 아닌, 현실적이고 책임 있는 계획을 유권자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둘째, 유권자들도 당장의 혜택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그 정책이 가져올 장기적인 영향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고령화와 저출산이라는 인구구조 변화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셋째, 우리 사회는 '세금'과 '복지'에 대한 보다 성숙한 토론이 필요합니다. 어떤 서비스를 정부가 제공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비용을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넷째, 국가재정의 낭비 요소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필요한 곳에 적절히 투자하되, 불필요한 지출을 과감히 줄이는 재정 개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결론: 미래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을
대선은 5년마다 찾아오지만, 그 결과는 우리의 미래를 수십 년 동안 좌우합니다. 특히 재정 정책은 한번 방향이 정해지면 돌이키기 어려운 특성이 있습니다.
유권자들은 달콤한 약속에 현혹되기보다, 후보들의 공약이 재정적으로 실현 가능한지, 그리고 장기적으로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정치인들이 제시하는 비전이 눈앞의 이익만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미래세대까지 고려한 책임 있는 계획인지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서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입니다.
지금 우리의 선택이 미래 세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들에게 짊어질 부담이 아닌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깊이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을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자녀들에게서 빌려온 것입니다." 이 오래된 격언을 기억하며, 우리 모두가 더 책임감 있는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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